결혼한 다음해 오래전에 돌아가신 장인의 묘를 이장하기로 했다. 처갓집은 완도의 수많은 섬 중에서 "금일도"라는 곳이다. 옛 씨족촌 같은 분위기다. 한 집 건너 이웃끼리야. 묘지 이장은 마을의 큰 행사 같았다. 친척이 한마음으로 일을 한다 나는 마침 가족이 된 후,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장에 참석하기 위해 만삭의 아내를 혼자 두고 형과 처가로 향했다. 집에서 처가까지 차로 6시간, 배로 30분 다시 자동차도 20분을 꼬박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새벽 4시에 출발하고 오전 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 비와 함께 이장은 이미 진행되어 있었다. 서둘러 예를 갖추어 시키는 대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평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한번 보고는 누가 누군지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장이 나아가는 곳곳에 지시를 계속 받았지만 누가 시켰는지 모르고 몸만 바쁘게 뛰어다녔다. 어느 정도는 끝난 후, 즉석에서 식사를 겸한 술자리가 마련되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분들에게는 익숙한 것 같았다. 잠에서 깨서 식사하는 그 자리에 오는 내내 긴장하는 바람에 밥도 못 먹었다. 식사를 했는지 모르는 어른들은 새로운 신랑이라며 술잔을 채우느라 바빴다. 그 자리에서 받아 마시던 잔을 대충 세어 봐도 소주 1병 정도로 기억되고 있다. 공복에 깡 소주 1병으로 배를 채웠다. 편안한 자리였다면 이미 누울 자리를 만들어 숙면했을 것이다. 자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또 여기저기 끌려 다녔다. 모든 것이 정리되고 장모님 댁에 한숨 돌리게 되었다. 하루종일 지켜보던 장모님은 속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고 잘 마시지 못하는 술을 계속 받으면서 마시는 모습에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장모님이 만들어주신 저녁을 먹은 후 다시 호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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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장로가 건너와서 술한잔 하고싶었다. 장모님을 비롯한 모든 가족이 나이 지긋한 집에 모였다. 식사 이후여서 안주는 육회를 비롯한 간단한 반찬으로 기억한다. 그러고는 또 술자리가 시작됐다. 전술한 바와 같이, 나는 신랑이었다.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술자리도 바뀌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는 분들이 한잔씩만 따르고 주셔서도 소주 2개를 넘어섰다. 내 안을 알코올로 채워 나갔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어지자, "어르신이 귀한 손님(신랑이었던 나) 오셨으니 귀한 술을 대접해 드립니다"라며 부은 술을 내놓아 왔다. "빨간하수오"라는 식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이날 처음 알았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어르신이 내온 술을 시가로 계산하면 300만원 상당했다. 그 말을 들으니 함부로 마셔서는 안될 것 같았다. 공손한 자세로 첫 잔을 받아 입에 넣었지만 내 기억은 여기서 끝난다. 정신을 차린 시점은 장모님 집 평상악에 누워 내 안에 들어온 놈에게 자유를 선물하고 있을 때였다. 한 사람도 남김없이 이 세상에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이제 남은 놈이 없어도 나의 선행은 계속됐다. 차마 나가서는 안될 놈까지 쫓아내고 말았다. 그 녀석이 나오면 목구멍과 입이 메어터지는 느낌이다. 소화를 촉진하기 위해 약간의 산성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녀석의 등장은 목과 입에 적지 않은 긴장감을 준다. 그러나, 이미 나가버렸고, 내 몸은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날 밤 장모님은 한숨도 못 잤다. 나중에 말해줘서 알았는데, 내가 저러다 죽을 것 같았어. 안절부절못하고 구급차라도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맏형을 나무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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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제정신이 들었다. 이른 아침이었다 섬이라 약국이나 편의점 같은 건 생각할 수 없다. 뭐든지 대책이 필요했다. 그때 큰형이 전해준 게르포*는 구원의 손이었다. 반신반의하고 입안에 집어넣었다. 무언가 짧은 시간 내 안의 평화를 주었다. 그러나 완전하지는 않았다. 배는 복근 수백 개처럼 뻐근했고 목은 침을 삼킬 때마다 통증이 왔고 두통으로 머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일은 10여년 전의 일이었다. 매년 항례행사처럼 일년에 한번씩 술로 고통받는 아침을 맞이해왔다. 대부분은 처갓집 식구들과의 술자리였다. 한 해 동안 나이를 먹으면서, 정도는 줄어들고 있다. 지금은 가볍게 즐기는 정도의 술자리가 대부분이다. 모두 늙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고 누가 먼저 말할 것도 없이 자제하는 "술자리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술은 기분 좋을 때까지는 마셔야 한다는 것을 머리는 알지만, 술이 들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머리가 아닌 몸이 술을 마실 때에는 제어가 안되는 것 같다. 이제 몸도 예전처럼 없고 과음 횟수는 줄었다. 술은 술자리에서 들러리가 되어야 한다. 술자리는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와 추억이 주연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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